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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물

도시의 밤, 얼마나 밝아야 범죄두려움을 낮출까?

  • No.241
  • 작성일 2022.04.08
  • 조회수 85138
  • 손동필 연구위원
  • 현태환 연구원
  • 박유나 연구원

* 이 글은 손동필 외. (2021). 범죄두려움 저감을 위한 도로조명 조도 기준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중 일부 내용을 정리하여 작성함

어둡고 인적이 드문 길을 홀로 걸어본 많은 사람들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조명은 이러한 두려움을 완화시키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도시의 밤을 밝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명이 얼마나 밝아야 사람들의 범죄두려움이 감소할까? 비대면 시대에 이를 알아보기 위해 가상현실을 활용하여 조도에 따른 범죄두려움 및 범죄피해두려움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주거지역은 최소 1lux 이상, 상업지역은 최소 3lux 이상으로 수직조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조명,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도구에서 안전한 생활을 위한 시설로
도시의 발전과 함께 조명은 단순히 어둠을 밝히는 도구에서 사람들의 일상활동을 돕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조명은 곧 도시와 도시화를 상징하게 되었고(Hu et al., 2020), 인간은 도시 내에서 야간에도 안전하게 사회적 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의 야간 보행의 안전도를 높이고, 보행자의 범죄두려움을 저감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조명 등 야간보행 안전시설의 설치가 필요하다. 이에 지자체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죄두려움이 높은 지역에 가로등 및 보안등을 설치하거나, 기존의 가로등을 할로겐등에서 LED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률적인 가로등 설치에서 벗어나 효과적이고 적인 조명 설치를 위해서는 조도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범죄두려움 변화양상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기준으로 적합한 위치에 적절한 조도를 가진 조명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대면 시대, 가상현실을 활용한 분석

기존 조명의 범죄두려움 저감 효과성 분석 연구들은 조명의 중요성 및 조명과 범죄두려움 간의 관계를 입증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다만 기존 연구들은 다양한 공간환경이 가지고 있는 장소적 특성과 해당 공간에 설치된 조명 밝기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 차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못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는 실제 도시공간에서 다양한 실험환경을 구축하고 그 공간에 주민들을 모아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에는 현장실험을 수행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연구에서는 실제 대상지에서 찍은 사진자료나 3D 가상환경을 연구에 활용하였으나, 현장과 유사한 현실감을 구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다만 현재는 카메라 및 IT 기술의 발전으로 보다 정밀한 현실세계를 가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정밀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을 활용한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Recorded VR을 활용하여 조도변화에 따른 범죄두려움 변화양상을 분석하였다.



  · 대상지 선정

대상지는 저층건축물 밀집지역 중 건축물의 유형, 배치간격, 위요감 등 기타 물리적 환경이 유사한 지역을 선정하였다. 대상지는 용도지역과 보행량에 따라 [가]보행량이 많은 주거지역, [나]보행량이 적은 주거지역, [다]보행량이 많은 상업지역, [라]보행량이 적은 상업지역 이상 네 개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현장조사를 통해 선정된 지역은 지역유형별로 한밤중 최저 수평조도가 5lux 이하인 지점으로 모두 보도가 없는 보차혼용도로이며, 평균 도로 폭은 3.7~7.6m 정도로 매우 좁다.

  · 시간대별 수직조도 측정

조도 측정시간은 18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측정하되 일몰시간 변화에 따라 측정일마다 시간을 조정하였다. 수직조도는 도로 위 및 건축물 창문으로 유입되는 조도를 측정하였다.




시간대별 조도 조사 결과 모든 가로유형에서 일몰 직후 조도가 급감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평균적인 조도 수준은 대상지별로 차이를 보였다. 수직조도의 최소 측정값을 비교해보면 6회차 이후 [가]와 [나] 대상지의 수직조도 최솟값은 0.5lux 내외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다] 대상지의 수직조도 최솟값은 6~8회차까지 7lux 내외로 관찰되었고 9회차와 10회차에 걸쳐 더욱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라] 대상지의 수직조도 최솟값은 6회차 이후 8lux 내외를 유지하다가 10회차에서 3.65lux로 가장 작은 값이 관찰되었다.




  · Recorded VR 제작

대상지별, 시간대별 영상의 촬영은 각 대상지에서 시간대별 조도측정이 끝난 직후 미리 설치된 카메라를 이용하여 약 3~6분가량 진행되었다. 연속적인 촬영이 진행될 수 있도록 보행자가 걸어 다니는 통행 영역 중 차량의 방해가 최소화되는 지점을 선정하여 카메라를 설치하였으며, 렌즈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160cm로 설정하였다. 촬영된 영상 중 실제 VR 설문에 활용할 영상과 분량을 선정한 후 후보정 작업을 진행하였다.


  · 범죄두려움 설문조사

Recorded VR을 활용한 설문조사는 2021년 5월 28일부터 2021년 6월 26일까지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VR Lab.에서 진행되었다. 참여자는 실험진행자에게 실험의 목적과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전 설문에 답하도록 하였다. 사전 설문은 나이, 성별, 교육수준, 거주주택 유형, 가구원 수, 이면도로 보행빈도, 평균 귀가시간, VR 경험 여부 등 개인 속성과 본인 또는 지인의 범죄피해경험, 범죄취약성 관련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사전 설문 후 참여자는 HMD 기기를 착용하고 준비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상황에 대한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설문안내자는 참가자에게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을 제공하였다.


“당신은 외출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고,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VR 실험에 들어가면서 몰입감 높은 실험 진행을 위해 실험진행자는 VR 동영상이 재생될 때마다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을 제공하였다. “당신은 외부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도중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고, 주변을 살피고 있습니다.” 실험진행자는 참여자가 영상 속 상황을 충분히 체험한 후 두 가지 유형의 범죄두려움 정도를 1~7점까지의 리커트 척도로 측정하여 답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 지금 보시는 상황에서 당신은 절도, 폭행, 성범죄, 강도, 살인 등과 같은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얼마나 느끼십니까? (본인의 범죄두려움)
  • 지금 보시는 상황에서 당신의 가족 또는 지인은 절도, 폭행, 성범죄, 강도, 살인 등과 같은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얼마나 느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가족 또는 지인의 예상되는 범죄두려움)




조도 변화에 따른 범죄두려움 분석결과

조도변화에 따른 범죄두려움 인식을 대상지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야간 조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보다 높은 범죄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행량이 은 지역이 적은 지역보다 범죄두려움이 크게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본인의 범죄두려움과 가족 또는 지인이 느낄 것이라고 예측한 범죄두려움은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나, 후자가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범죄두려움을 높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범죄두려움 
이론 중 취약성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해당 이론에 따르면 범죄두려움은 개인의 신체적·사회적 취약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신체적 취약성이 높고 이것이 죄두려움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특히 여성은 본인의 범죄두려움 수준과 가족 또는 지인의 예상 범죄두려움 수준을 유사하게 응답한 반면, 남성은 상대적으로 가족 또는 지인의 예상 범죄두려움 준을 높게 응답하는 경향을 보였다.



시간대별 범죄두려움 분석결과에 따르면 범죄두려움은 시간이 늦어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몰시간 전까지는 대체로 3점 미만(7점 리커트 척도 기준)의 낮은 범죄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몰 직후부터 점차 두려움의 편차가 커지면서 범죄두려움의 평균 및 중위값이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다음으로 각 시점의 평균 수직조도와 평균 범죄두려움의 관계를 살펴보면 조도가 높아질수록 범죄두려움이 급격히 감소하는 ‘계수가 음인 로그함수’의 형태를 띠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모든 상지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반면 균제도는 절대적인 조도 값과 달리 범죄두려움과 선형적인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언: 현행 야간 조도기준에 대한 개선안 제안

조도변화에 따른 대상지별 범죄두려움 변화를 파악한 결과, 주거지역의 경우 현행 기준조도보다 높은 수준에서 범죄두려움의 임계점을 보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조도와 범죄두려움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도가 증가함에 따라 범죄두려움이 완화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주거지역의 경우, 일몰 이후 조도가 내려가면서 몇몇 영상(시점)에서 ‘보통(4점)’ 이상의 평균 범죄두려움을 보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임계점은 대상지 특성에 따라 조금 다르게 나타났는데, 보행자가 많은 주거지역의 경우 5lux, 보행자가 적은 주거지역의 경우 1lux 미만에서 ‘보통(4점)’ 이상의 평균 범죄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주거지의 광공해 기준을 준수하기 위하여 조도를 10lux 미만으로 유도하더라도, 최소 5lux 정도의 조도는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1)

반면 상업지역의 경우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조도가 확보되어, 모든 영상에서 ‘보통(4점)’ 미만의 평균 범죄두려움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으로 상업시설의 영업종료 시간 후 조도가 갑작스럽게 낮아지는 경향이 있어 그 이후 시간대의 조도 및 범죄예방 관리가 요구된다.

범죄두려움이 변하는 시점과 현재 조도기준 및 해당 가로의 평균 조도와 균제도를 고려하여 수직면 조도 개선(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때 수직면 조도의 경우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 제6조 제1항과 관련된 별표 1의 빛방사허용기준을 준용하였다.



1) 이는 일정 거리에서 사람의 얼굴 및 행동이 보이는 최소연직면 조도기준의 적절성을 살펴본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주거지역은 교통량이 많은 경우 1~5lux에서 식별이 어려웠고, 교통량이 적은 경우 1~3lux에서 식별이 어려웠다. 반면에 일정조도가 확보되는 상업지역은 주거지역보다 전반적으로 시인성이 좋았으나, 통행량이 많은 경우 6lux 지점, 통행량이 적은 경우 3lux 지점에서 시인성이 낮게 분석되었다. 해당 실험과 련된 자세한 내용은 ‘범죄불안감 저감을 위한 도로조명 조도 기준 연구’의 제4장 3절(손동필 외, 2021, pp.108-1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손동필, 현태환, 박유나. (2021). 범죄두려움 저감을 위한 도로조명 조도 기준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 김명선. (2016). 노후주거지역의 안전한 보행공간을 위한 빛의 구현방안에 관한 연구. 조선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 박정숙, 장영호. (2015). 지역사회 범죄예방을 위한 야간조명 개선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21(2), 261-27.
  • 이효창, 이제화, 김대진, 하미경 (2011). '상업지역' 보행로의 범죄안전 환경을 위한 조명계획 방향에 관한 연구. 서울도시연구, 12(1), 73-89
  • Atkins, S., Husain, S. & Storey, A. (1991). 「The influence of street lighting on crime and fear of crime. London: Home Office.
  • Ferraro, K. F. (1995). Fear of Crime: Interpreting Victimization Risk. New York: SUNY Press.
  • Hu, X., Qian, Y., Pickett, S. T., & Zhou, W. (2020). Urban mapping needs up-to-date approaches to provide diverse perspectives of current urbanization: A novel attempt to map urban areas with nighttime light data. Landscape and Urban Planning, 195, 103709.
  • Kim, D., & Park, S. (2017). Improving community street lighting using CPTED: A case study of three communities in Korea. Sustainable cities and society, 28, 233-241.
  • KS A 3701:2014(2019 확인) 도로조명기준. 2019-0591.
  • van Osch, T. H. J. (2010). Intelligent Dynamic Road Lighting and Perceived Personal Safety of Pedestrians. Master, Eindhoven University of Technology, Eindhoven. (0640876), p.4
  • Wu, S. (2014). Investigating Lighting Quality: Examining the Relationship between Perceived Safety and Pedestrian Lighting
  • Environment. (Doctoral dissertation), Virginia Tech, Blacksbu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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