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발간물

복수 용도 인정 규정 활용 현황과 발전 방향

  • No.240
  • 작성일 2022.03.31
  • 조회수 76293
  • 이주경 부연구위원
  • 오민정 연구원
  • 김은희 연구위원

* 이 글은 김은희 외. (2021). 건축물 활용도 제고를 위한 복수 용도 인정 기준 개선 방안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중
일부 내용을 정리하여 작성함


복수 용도의 인정 규정은 한 공간의 용도를 두 개 이상으로 정할 수 있게 하여 건축물의 탄력적 활용을 허용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제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까지 운용 사례 수는 미미하다. 규정에 대한 인식 미흡, 기존 건축물에 대한 시설기준 적용의 어려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으로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홍보와 안내, 규제 완화에 대한 후속 연구, 심의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


건축물의 다기능, 다목적 활용을 인정하는 ‘복수 용도’ 규정

집을 개조해 도예 공방을 만들 수 있을까. 교회건물을 주중에는 학원으로 쓸 수 있을까. 건축물의 용도를 복수로 하면 가능하다. 원래는 법적으로 한 공간은 하나의 용도로만 정할 수 있었다. 지금은 「건축법」의 ‘복수 용도의 인정’이라는 규정에 따라 건축주는 건축물의 용도를 복수로 하여 건축허가, 건축신고 및 용도변경 허가·신고 또는 건축물대장 기재 내용의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복수 용도란 한 공간에 두 가지 이상의 용도를 지정한 것이다. 복수 용도로 인정받으면 같은 공간을 서로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복합용도(mixed use)와는 다른 개념이다. 복합용도는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 개별 공간들을 조합한 것이다. 복합용도 건축물의 용도는 주로 층으로 분리되는데, 저층에 상가가 있고 고층에 주택이 있는 주상복합건축물이 그 예이다. 이와 달리 복수 용도 건축물은 다기능(multifunctional), 다목적(multipurpose)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체육관을 전시관, 회의실, 웨딩홀로도 사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밀집하고 지가가 높은 현대 도시에서 공간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보았다(Grant, 2002; 신두식 외, 2009; 이상호, 2014). 최근에는 공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변적인 건축 설계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박경립, 1985; Pan, Wang, et al., 2019). 근린생활시설, 오피스텔, 단독주택 내 작은 도서관, 공동주택 내 어린이집, 꽃집 안 카페 등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다목적 공간을 인정해준 사례로 볼 수 있다. 「건축법」에 신설한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은 정부가 혼합되는 기능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닌,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대상을 확대하고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하나의 공간이 다양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도록 시설 사용의 유연성을 허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도 도입 당시 정부는 사람들이 복수 용도 인정을 통해 계절별, 요일별, 수요별로 건축물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것이라 기대하였다(국토교통부, 2015).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의 특징

「건축법」 제19조의 2에 따르면 건축주는 건축물의 용도를 복수로 하여 같은 법 제11조에 따른 건축허가, 제14조에 따른 건축신고 및 제19조에 따른 용도변경 허가·신고 또는 건축물대장 기재내용의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 용도를 복수로 정하기 위해서는 각 용도별 건축기준과 입지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 29개 용도는 성격이 유사한 9개 시설군으로 분류되는데 같은 시설 군 내 용도들을 복수로 허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다른 시설군의 용도 간에도 허용이 가능하다.

용도변경 규정과는 차이가 있는데 둘을 비교해보면서 본 규정의 특징을 알아보겠다. 첫째, 용도변경과 달리 필요한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용도변경의 경우 변경하려는 용도가 건축기준이 강한 상위 시설군이면 허가신청을 하고 하위 시설군이면 신고를 하면 된다. 복수 용도의 경우는 신청하려는 각 용도가 다른 시설군에 속하면 상하위와 상관없이 모두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둘째, 각 용도별 관련 법령에 따른 기준을 모두 맞춰야 한다. 용도변경은 변경하려는 용도의 입지기준, 계단 및 출구, 방화구획, 내화구조 등 건축기준과 개별법상 기준을 준용하면 된다. 이 경우 허가든 신고든 마찬가지이다. 복수 용도의 경우 신청하려는 각각 용도의 입지기준과 건축기준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기준이 다른 경우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셋째, 용도변경은 일단 건축물이 세워진 후에 이루어지는 행위인 반면 복수 용도는 신축 건축물에도 적용 가능하다. 「건축법」 제19조 제2항에 따르면 용도변경의 주체를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의 용도를 변경하려는 자”라고 하고 있다. 용도변경은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의 경우 건축허가 및 건축 신고 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활용도와 실용성이 낮은 규정, 원인은?

한편 2016년도 복수 용도 인정 기준 도입 이후 실제 활용은 미흡한 편이다. 김은희 외(2021)에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복수 용도 인정 건축물을 조사한 결과 사례 수는 총 10건이었다(2021년 6월 기준). 이 규정은 2016년 1월 19일에 신설되어 조사 시점 기준으로 약 5년이 경과한 상황이었다. 같은 기간(2016년 1월~2021년 6월) 동안 용도변경이 11만 5,189건1)인 것과 비교해 보아도 실제 현장에서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의 운용 사례 수가 현저히 적음을 알 수 있다. 제도에 대한 활용도 또는 실용성이 낮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실용성이 부족한 이유로는 규정이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비용 대비 편익이 적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위의 연구에서 건축설계 종사자 45인에게 물어본 결과 ‘본 규정에 대해 잘 몰랐다’ 또는 ‘조항은 알고 있었지만 세부 내용은 잘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이 84.5%로 대다수였다. 또 복수 용도 인정 신청 시 장애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행정 담당자의 제도 이해도 미흡’, ‘기존 건축물의 복수 용도 인정 적용의 어려움’ 순으로 답하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규정에 대한 인식 미흡과 기존 건축물에 대한 건축기준 적용의 어려움 등이 제도 실용성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복수 용도 인정 사례와 활용 현황

복수 용도로 인정 받은 사례 10건 중 8건은 동일 시설군 내 용도 간 혼합이었다. 2건은 심의를 거쳐 서로 다른 시설군 간 용도를 복수로 인정받았다. 동일 시설군 내에서 복수 용도를 신청한 경우를 살펴보면 근린생활시설군끼리가 5건, 자동차 관련 관련군끼리가 1건, 산업 등 시설군끼리 1건, 교육 및 복지시설군끼리가 1건이다. 대부분 유사한 업종을 한데 모아 운영하면서 이용 편의 및 집객 등의 상승효과를 얻기 위해 이 규정을 활용하였다. 일부는 지자체에서 관리 강화를 위해 복수 용도로 신청하도록 유도한 경우도 있었다.

‘복수 용도 인정 사례’ 표 중 6번 사례는 충청북도 괴산군에 위치한 복합스포츠센터다. 2층에는 수영장이 있고 3층에는 찜질방이 설치되었다. 3층 찜질방에는 목욕장이 없고 찜질방 이용객이 2층 수영장에 있는 샤워실(아래 도면 중 붉은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을 함께 사용하도록 계획이 되었다. 괴산군에서는 수영장 내 샤워실을 찜질방 이용객도 사용하므로 해당 시설의 오수발생량 산정 기준을 목욕장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보았다. 수영장, 찜질방, 목욕장의 1일 오수발생량은 각각 15L/㎡, 16L/㎡, 46L/㎡이며2) 목욕장의 경우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강화된 수질 및 시설관리를 받아야 한다. 이에 괴산군은 건축주로 하여금 샤워실을 수영장 및 목욕장 용도로 정하도록 유도하였다. 수영장은 운동시설로서 영업시설군에 속하며, 찜질방은 목욕장으로서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 속해 각각 시설군이 달라 사업주는 건물 신축 과정 중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쳤다. 그리고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하수도법」 등 관련법에 따라 두 용도에 모두 적합한 기준으로 시설을 확충하였다.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는 여러 용도의 건축 기준을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으며, 신축 건축물에 대한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의 활용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3)



표 9번 사례는 경상남도 밀양시에 위치한 노인의료복지시설이다. 사업주는 장기입원이 필요한 투석환자를 위해 요양 기능과 의료 기능을 합쳐 투석요양병원을 운영 중이다. 이 시설은 2014년 요양원으로 개원하여 운영되던 중 2019년 인공신장센터가 새로 설치되면서 복수 용도를 인정받았다. 노유자시설과 의료시설은 같은 용도 시설군에 속해 건축심의는 받지 않지만 일부 시설 기준은 상이하다. 노유자시설의 경우 「노인복지법」에 맞추어 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며 의료 기관의 경우 「의료법」에 따른 시설기준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상당수 노인복지시설이 요양과 의료 기능을 겸하고 있고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사한 공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생각된다. 

10번 사례는 경상남도 의령군에 위치한 장애인복지시설 겸 직업재활서비스 제공시설이다. 2020년 장애인복지시설 중 일부를 작업장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복수 용도를 신청한 경우다. 장애인복지시설은 노유자시설로서 교육 및 복지시설군에 속하며, 작업장은 바닥면적 합계가 500㎡ 미만의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근린생활시설군에 속한다. 서로 다른 시설군 간 복수 용도로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해 복수 용도가 허용되었다. 다만 심의의견을 살펴보면 복수 용도 인정을 위한 법적인 의무사항에서 벗어난 요청도 발견된다. 작업자를 위한 옥외 휴게시설 및 환기(급·배기) 설비 추가 설치와 도면에 장애인 유도 블록 표현 및 바닥마감재 상세 표기가 필요 하다는 의견 등이다.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의 발전 방향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규정 내용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겠다. 건축 전문가들은 대체로 본 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이 제도가 민간의 산업 활동과 건축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건축설계 종사자조차 규정을 잘 알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홍보와 안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집행 사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부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실행력 측면에서 살펴보면 기존 건축물에 대한 적용이 어려운 편이다. 각 용도별 건축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화 대상 건축물과 건축기준 완화 범위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복수 용도 인정 규정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심의와 관련한 개선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시설 군의 용도를 복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심의를 거쳐야 하므로 용도변경 절차에 비해 행정 부담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복수 용도 인정을 위한 심의 기준을 수립하여 인정 여부를 즉각적으로 판단·적용할 수 있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용도변경과 절차와 같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는 등 개선 방향을 찾을 필요가 있다.

1)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2022). 시도별 건축허가현황.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
  orgId=116&tblId=DT_MLTM
_2200&conn_path=I2 (검색일: 2022.3.17.)

2) 수영장 1일 오수발생량: 15 L/㎡ 정화조 처리대상 인원산정식: N = 0.075A, 찜질방 1일 오수발생
  량: 16 L/㎡ 정화조 처리대상 
인원산정식: N = 0.080A, 목욕장 1일 오수발생량: 46 L/㎡ 정화조 처
  리대상 인원산정식: N = 0.230A (출처: 환경부고시 제2019-
215호(2019. 11. 25., 일부개정) [별표]
  건축물의 용도별 오수발생량 및 정화조 처리대상인원 산정기준)

3) ㈜아이쿱건축사사무소. 류명진 소장 인터뷰. (2021.6.29., 건축공간연구원)

  • 국토교통부. (2015). 노후건축물 리뉴얼 위한 ‘건축법’ 개정안 국회 통과 - 재건축 등 건축투자 활성화 확대와 국민안전 제고 -. 12월 29일 보도자료.
  • 김은희, 이주경, 오민정. (2021). 건축물 활용도 제고를 위한 복수 용도 인정 기준 개선 방안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 박경립. (1985). 다목적공간의 기능성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1(1), 81-90.
  • 신두식, 김성식, 전영훈, 최윤경. (2009). 입체복합 건축공간 개발 관련 법규 개선방향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 논문집-계획계, 25(5), 131-138.
  • 이상호. (2014). 복합용도개발과 입체복합 공간계획. 건축, 58(6), 53-56.
  • Grant, J. (2002). Mixed use in theory and practice: Canadian experience with implementing a planning principle. 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68(1), 71-84.
  • Pan, W., Turrin, M., Louter, C., Sariyildiz, S., & Sun, Y. (2019). Integrating multi-functional space and long-span structure in the early design stage of indoor sports arenas by using parametric modelling and multi-objective optimization. Journal of Building Engineering, 22, 464-485.

 

이주경 부연구위원의 다른 보고서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제공 담당자

담당부서출판·홍보팀연락처044-417-9640

건축공간연구원 네이버 포스트 건축공간연구원 네이버 TV 건축공간연구원 유튜브 건축공간연구원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