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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도시를 망치는 주택 vs 살리는 주택

  • 작성일2012/01/09 00:00
  • 조회수3,242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군데군데 우뚝 솟은 성냥갑 아파트가 도시를 망친다. 온갖 규정에 의해 기형적으로 세워진 연립·다세대주택들 사이로 자동차가 줄지어 서 있다. 최근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도 우리나라의 역사성이나 정체성은 담지 못하고 있다. 도시를 고려하지 않은 주택의 난립은 도시의 생명력을 죽이고 있는 원인이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2일 2일 건설회관에서 이같은 대한민국 도시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제 4회 (AURI) 건축도시포럼'을 진행한다. 

먼저 김선아 스튜디오 에스에이케이 대표는 '도시를 망치는 주택, 도시를 만드는 주택'에 대해 발표한다. 

유럽은 일찍부터 주거지에서의 도시조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부분의 주거지의 화두는 '밀도 해결에 대응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모색'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도시의 주택은 대량화, 가속화가 중시되면서 도시를 목적이 아닌 도구로 삼았다. 살 집 위주의 주택 공급에만 치중하다 보니 도시 전체적인 미적 감각을 상실했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아파트 단지 위주의 획일성, 고층화, 폐쇄화는 도시 조직의 파괴를 가져왔다"며 "도시설계 차원에서의 공간적인 언어의 실천과 설계자가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비용적, 시간적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철 수목건축 소장(서울대부동산연구회)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한다. 그는 최근 정부가 공급 장려에 나서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이 진정한 도시형 주택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정부는 수도권내 도심지의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서 '도시형생활주택'을 도입했다. 이 주택은 소규모 땅을 이용해 다가구 형태의 주택을 빨리 지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정부는 주택 부족분을 빠른 시일내 충당할 수 있고 투자자는 인허가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집을 지을 수 있다. 소액 투자자는 1억~2억원 규모의 적은 돈으로 세제 혜택까지 누리면서 5~6%의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주택 공급책에는 '도시'가 빠져 있다. 한 소장은 "고밀의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서면서 주차장 등 그 지역의 기반시설 용량을 초과하고 있다"며 "강남지역 도시형생활주택의 3.3㎡당 분양가는 2451만원, 서초구 2365만원, 용산구 2052만원 등으로 저렴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관악구에 위치한 도시형생활주택은 좁은 골목의 저층 주거지에 지어지면서 불법 주차로 인해 가로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서울시 동대문구내 도시형생활주택은 186가구가 입주하지만 주차대수는 72대로 주차면적이 매우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영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주거연구센터장은 이같은 '도시' 빠진 도시를 '단지 공화국'이라고 칭한다. 

하 센터장은 "주거는 도시 속에 흡수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건축적 수단으로 도시블록(urban block)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시블록은 도시성이 부여된 도시로 도시공간과 주거지역과의 연속성과 조화로움을 앞세운 도시다. 공간 구성과 활용의 다양성을 통해 도시 전체가 활력을 갖는 도시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시 블록은 대규모 단지 중심 개발로 이뤄져 있으며 도시공간구조를 반영하지 않아 일률적으로 주거동이 배치돼 있다. 중층·저층이 어우러진 연속적인 클러스터 배치에도 제한이 있으며 가로로부터의 이격 기준에 따라 가로밀착형 배치에 어려움이 있다. 주거동내 상가배치 제한으로 가로 공간 활성화에 대한 계획적 수단이 미비하다. 공동생활 공간조성을 위한 자유로운 내부중정 계획에 어려움이 있으며 획일화된 평면디자인 관행으로 가로대응형 주거시스템 개발이 힘들다. 

하 센터장은 "새로운 유형의 집합주택 보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거나 공공에서 시범적으로 새로운 주거 유형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개인성과 집단성의 이해와 계획적인 배려가 전제돼야 하며 도시블록의 다양한 형태적 실험이 이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콘텐츠 제공 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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