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여러분이 살고 계신 도시에서 가장 더운 곳이 어디일까 한번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약간 직관적으로 떠올려 보면 강남역 사거리 같은 곳 있잖아요.
아, 그렇죠. 유리 외벽으로 된 높은 빌딩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그런 곳을 많이들 떠올리시죠.
네, 맞아요. 햇빛 쨍하게 반사되고 바닥은 전부 아스팔트고 당연히 거기가 제일 뜨거울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게 우리 예상과는 꽤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더라고요.
네, 사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도시의 겉모습하고 실제 지표면의 열 환경 사이에는 꽤 큰 간극이 존재하거든요. 오늘 이야기는 바로 그 간극을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해 보는 과정이 될 겁니다.
좋습니다. 오늘 심층 탐구에서는 이 흥미로운 간극을 파헤쳐 볼 텐데요. 우리가 매일 걷는 골목 또 생활하는 건물의 구조가 여름을 어떻게 더 뜨겁게 혹은 덜 뜨겁게 만드는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오늘 살펴볼 자료는 AURI, 그러니까 건축공간연구원에서 발행한 보고서인데요. <빅데이터 기반 건축‧도시 공간 폭염 취약성 분석 방안>이라는 자료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네, 그동안 우리가 폭염이나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는 보통 기상청 관측 데이터를 많이 썼잖아요. 이건 도시 전체의 평균적인 상황을 보는 데는 유용합니다. 하지만 오늘 다룰 분석은 완전히 다른 시각, 그러니까 아주 미시적인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동네 단위의 열 환경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죠.
맞아요. 요즘 기후변화 관련해서 매년 이야기가 나오는데 최근 들어 그 양상이 훨씬 뚜렷해졌잖아요. 2023년에 지구 평균 기온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고, 이제는 단순한 온난화를 넘어서 지구가 끓고 있다, 즉 글로벌 보일링 단계라는 분석도 있었고요.
네, 그렇게 기온 상승 추세가 명확해지면서 폭염 대응이 정말 중요해졌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기존 방식, 그러니까 거시적인 대기 온도 데이터로만 정책을 세우는 데는 약간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었을까요?
보통 기상관측소가 행정구역마다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데이터는 그 지역의 평균 온도를 아는 데는 적절하지만, 같은 동네 안에서도 나무가 우거진 숲이랑 포장도로만 있는 곳의 차이를 세밀하게 반영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자, 여기서 한번 생각해 보죠. 기존의 기상 데이터가 도시 전체를 뭉뚱그려 바라보는 약간 숲의 관점이었다면, 이제는 개별 나무랑 그 주변의 흙 상태까지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정밀한 렌즈가 필요해진 거군요.
정확합니다. 숲의 평균 기온을 아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들으시는 여러분이 실제로 매일 생활하고 걷는 그 골목길이 얼마나 열을 품고 있는지를 알아야 실질적인 대처가 가능하거든요.
그렇죠. 내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의 온도가 중요한 거니까요.
네, 같은 도시라도 건물의 배치나 구조에 따라서 열이 분포하는 모양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건축물이나 블록 위로 미시적인 폭염 취약성을 분석해야만 하는 거죠.
그렇다면 그 세밀한 렌즈를 이 복잡한 서울 같은 도시에 어떻게 들이댈 것인가, 이게 관건일 텐데요. 보고서를 보니까 도시를 나누는 아주 체계적인 기준이 있더라고요. 도시기후대라는 개념이 나오던데, 이게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인가요?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기준인데요. 영문 약자로 LCZ, 즉 Local Climate Zone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서 건물의 높이나 빽빽한 정도, 그리고 바닥이 식물로 덮여 있는지, 아니면 콘크리트 같은 불투수면으로 포장되어 있는지, 이런 물리적 구조에 따라 도시를 여러 표준 유형으로 분류하는 방법론입니다.
아, 그러니까 주거지역, 상업지역, 이렇게 행정적인 용도로 나누는 게 아니라, 진짜 그 공간이 물리적으로 어떻게 생겼느냐를 보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나무가 없고 고층 건물이 꽉 찬 구역, 혹은 낮은 건물만 듬성듬성 있는 구역, 이런 식으로 열적 특성의 영향을 주는 모양을 기준으로 묶어내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약간 궁금한 게 생겨요. 서울처럼 크고 복잡한 도시를 이런 기준으로 나눈다는 게 사람이 일일이 골목마다 돌아다니면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렇죠. 그걸 사람이 직접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연구진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방대한 위성 영상 빅데이터에 인공지능 딥러닝 기법을 접목한 겁니다. 특히 이미지 인식에 특화된 CNN 모델을 활용했죠.
그렇다면 사람이 인공지능한테 여긴 고층 빌딩이다, 이렇게 하나씩 알려준 게 아니라, 인공지능이 그 위성 이미지를 쫙 스캔하면서 스스로 도시의 패턴을 찾아냈다는 의미인가요?
네, 아주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위성 이미지를 학습하면서 지붕 모양이나 그림자 길이, 도로 폭 같은 특징들을 스스로 파악한 거죠.
아, 정말 고도화된 방식이네요. 위성 사진의 픽셀과 질감만으로 공간 특성을 분류해 내다니요.
네, 그렇게 훈련을 거친 결과 이 인공지능이 서울시 전체를 무려 89.33%라는 아주 높은 정확도로 LCZ 유형에 맞게 분류해 냈습니다.
와, 사람이 손으로 지도를 그리는 대신 인공지능이 스스로 기후 특성 지도를 완성해 버린 거군요. 자, 이 부분이 정말 흥미로운데요. 어디가 어떻게 생겼는지 지도가 나왔으니까 이제 실제로 온도를 재볼 차례잖아요. 아까 제가 오프닝에서 강남 빌딩 숲 얘기를 꺼냈는데, 실제 지표면 온도 데이터로 얹어봤을 때 결과가 어땠나요?
다들 직관적으로는 유리 외벽 빌딩들이 열을 막 반사해서 제일 뜨거울 거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위성 영상의 열 적외선 밴드로 실제 지표면 온도를 측정해 보니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장 온도가 높은 곳은 평균 45.35도를 기록한 대규모 저층 지역이었어요.
고층 빌딩 숲이 아니었군요. 대규모 저층 지역이라고 하면 우리가 거기를 걷고 있다고 상상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 곳일까요?
음, 일단 그늘을 만들어줄 높은 건물도 없고, 열을 식혀줄 나무나 풀도 거의 없는 곳이죠. 바닥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아주 넓게 포장되어 있고요.
아, 그러면 약간 대형 공장단지나 물류창고들이 쫙 모여 있는 그런 동네를 떠올리면 될까요?
네, 정확합니다. LCZ 분류 체계에서는 8번 유형에 해당하는 곳인데요. 평평하고 넓은 불투수면이 태양 에너지를 고스란히 흡수하기만 하고 식혀주지 못하니까 온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겁니다.
그렇군요. 오히려 그늘이 없고 포장된 면적이 넓은 공장 지대나 빽빽한 저층 주거지들이 열을 듬뿍 머금는 거대한 열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었네요.
맞습니다. 그다음으로 온도가 높았던 곳들도 건물들이 좁은 간격으로 꽉꽉 들어차 있는 조밀한 저층이나 중층 밀집 지역이었거든요. 식생의 유무나 포장 면적 비율이 온도를 끌어올리는 아주 핵심적인 변수라는 게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통념이랑 달라서 더 와닿네요. 그런데 보고서를 조금 더 깊이 보니까 이 분석이 동네 단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아예 개별 건물 단위까지 파고들던데요. 건물의 높이나 지어진 연식 같은 세부적인 차이도 폭염에 영향을 준다는 건가요?
연구진이 ENVI-met이라는 미기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렸습니다. 이 시뮬레이션으로 블록 단위의 바람이나 일사량, 지표 온도 같은 걸 아주 입체적으로 분석했는데요. 여기서 세 가지 중요한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건물의 높이입니다.
잠깐만요. 아까 대규모 저층 지역이 온도가 제일 높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개별 건물로 보면 고층 건물 주변에서 또 다른 현상이 나타나나요?
네. 전체의 지표면 온도는 저층 밀집 지역이 높지만, 고층 건물 주변에서는 국지적으로 특유의 현상이 발생합니다. 고층 빌딩 자체가 거대한 벽 역할을 해서 태양 복사열이 외벽에 부딪혀 반사되고 그 열이 좁은 공간에서 계속 맴도는 현상이죠.
아, 열이 갇혀버리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걸 캐니언 효과, 즉 계곡 효과라고 부르는데요. 건물들이 거대한 계곡처럼 바람길을 막아버리니까 자연스럽게 빠져나가야 할 열이 정체되면서 그 주변의 열 취약도를 높이는 원인이 됩니다.
아, 바람이 안 통하는 구조가 열을 가둬두는 거네요. 그러면 두 번째 요소, 건물이 지어진 연식은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당연히 오래된 건물이 단열이 잘 안될 것 같긴 한데요.
네. 짐작하신 대로입니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1999년 이전에 지어진 노후 건물 밀집 구역이 열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는 경향이었습니다. 단순히 건물이 낡아서라기보다는 그 당시의 건축법규, 그러니까 에너지 절약 설계 기준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이죠.
아, 기준 자체가 느슨했군요.
반면에 2011년 이후에 지어진 신축 건물들은 단열 기준이 훨씬 강화되었기 때문에 폭염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주변 열 환경이 온건하게 나타났습니다.
건물의 연식이라는 게 단순히 부동산적 가치만 따지는 게 아니라 그 동네의 온도를 결정짓는 진짜 물리적인 환경 변수였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건물의 용도는 어떤가요? 주거용이냐 상업용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나요?
네. 주로 조경 면적과 포장 면적의 비율에서 차이가 벌어지는데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나 대형 업무시설은 법적으로 녹지 공간을 의무 확보해야 하고 동간 거리도 넓은 편이라 열 분산이 잘 됩니다.
아, 나무도 있고 바람 불 공간도 넉넉하니까요.
반면에 근린생활시설, 그러니까 상가들이 밀집한 곳들은 대지 면적 꽉 채워서 건물을 올리고 남는 공간은 다 주차장으로 쓰잖아요. 콘크리트 면적이 넓고 식생은 부족하니까 열 부하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죠.
듣고 보니까 여러분이 집이나 상가를 고를 때 건물의 단열 상태나 주변 조경을 꼼꼼히 살피는 게 결국 그 공간의 여름철 쾌적성을 미리 점검하는 아주 중요한 과정이었네요.
네, 그렇습니다. 폭염에 얼마나 노출되느냐 하는 건 단순히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 때문만이 아니라 이런 건물 높이, 단열 성능, 식생 비율 같은 물리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만들어내는 결과라는 걸 이 데이터가 명확히 보여주는 거죠.
자, 그럼 이쯤에서 정리를 한번 해볼까요? 인공지능이 위성 데이터로 도시를 구역별로 나누고 어디가 제일 열을 많이 품는지 찾아냈고요. 또 시뮬레이션으로 개별 건물의 속성이 열을 어떻게 가두고 분산시키는지까지 확인을 했습니다. 결국 공간의 물리적 조건이 온도를 좌우한다는 건데 그럼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이것을 더 큰 그림, 그러니까 제도적 차원과 연결해 본다면 크게 세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 정밀한 공간 데이터의 인구와 사회적 정보를 결합하는 겁니다. 아무리 온도가 높은 구역이라도 거기에 누가 살고 있느냐에 따라 체감하는 피해 규모는 완전히 다르니까요.
아, 단순히 온도만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의 정보를 겹쳐본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고령자나 어린이처럼 폭염에 취약한 분들이 어느 지역에 많이 사는지 파악하고 그곳이 마침 대규모 저층 밀집 지역이라면 정책적으로 가장 먼저 개입해서 맞춤형 관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거죠.
맞춤형 관리라 훨씬 체계적이겠네요. 두 번째 정책 방향은 어떤 건가요?
두 번째는 건축물관리법 시스템을 활용하는 겁니다. 현재 건물의 생애 이력을 관리하는 정보 체계가 있는데 여기에 기후 데이터와 재난 위험도 정보를 연동하는 방안입니다.
오, 그러니까 건물의 태생부터 유지 보수까지 기록하는 일종의 건강 기록부에 기후 위험도까지 같이 적어둔다는 거네요.
네, 그렇게 되면 기후 재난에 취약한 노후 건축물들을 국가 차원에서 상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아예 처음부터 열 환경을 고려하는 예방적 접근인데요. 건축법 체계를 다듬어서 건축 허가 단계에서부터 폭염 위험을 따져보게 하는 겁니다.
이미 지어진 다음에 고치는 게 아니라 설계 도면을 그릴 때부터 온도를 신경 쓰자는 거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가 들어갈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새롭게 건물을 올릴 대지가 폭염 취약 구역으로 분석된다면 허가를 내줄 때 지붕에 열을 반사하는 차열 도료를 칠하도록 장려하거나 대지 안에 녹지나 수공간을 일정 비율 이상 반드시 확보하게 보면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무슨 의미일까요? 이제 폭염 대응이라는 게 여름에 에어컨 빵빵하게 틀고 쉼터 늘리는 식의 땜질 처방으로는 부족하다는 거네요. 도시를 짓는 그 가장 초기 단계부터 온도라는 요소를 핵심 설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들으시는 여러분이 거주하는 동네 환경은 어떤지 한번 떠올려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네, 오늘 보신 것처럼 인공위성, AI, 미기후 시뮬레이션 이런 첨단 기술과 데이터들이 단순의 현상을 분석하는 걸 넘어서서 우리 일상을 보호하는 건축과 도시 계획에 아주 든든한 기준점이 되어줄 겁니다.
네, 오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부터 시작해서 내가 사는 동네 골목길의 미세한 온도 차이, 그리고 이것이 건축 허가라는 정책으로 이어지는 흐름까지 아주 꽉 차고 유익한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결국 이 방대한 데이터들이 우리 동네를 더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나침반이었네요.
저도 오늘 대화를 통해서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포장도로나 주변 건물들의 높낮이, 연식 같은 평범한 풍경들이 사실은 체감 온도를 결정하는 아주 정교한 퍼즐 조각들이었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심층 탐구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보통 우리가 집을 구하거나 이사갈 때 지하철역 가까운 역세권이나 학교가 근처인 학세권 같은 걸 엄청 따지잖아요?
네, 그건 뭐 필수 조건이죠.
그런데 이렇게 기후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미래에는 어쩌면 우리 동네의 폭염 안전 등급이나 미기후 쾌적성 지수가 집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데이터가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시대니까요. 환경적인 쾌적함이 곧 주거의 질을 대변하는 시대가 이미 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네, 막연히 여겨지던 동네의 온도가 이렇게 데이터와 기술을 통해 아주 선명한 시도로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입니다. 여러분이 머물고 싶은 다음 공간의 기준은 무엇이 될지 저도 참 궁금해지네요. 오늘 심층 탐구에 귀 기울여 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해줄 깊이 있는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