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살아온 익숙한 내 집, 그리고 매일 걷던 내 동네, 그런데 어느 날 단지, 무릎 관절이 안 좋아지거나 혼자서 밥을 챙겨 먹기 조금 힘들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짐을 싸서 낯선 요양원으로 떠나야 한다면 여러분은 어떠실 것나요?
아, 정말 생각만 해도 되게 막막해지는 상황이죠.
네, 창밖의 풍경도 이웃도 모두 바뀌는 그런 상황 말이죠. 사실 안타깝게도 이게 지금 대한민국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아주 보편적인 수순이긴 합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는 것처럼 상태에 따라 공간을 이동해야 한다는 일종의 묵시적인 규칙 같은 게 있었으니까요.
네, 맞아요. 그동안은 그랬죠.
그런데 오늘, 이 견고한 궤적에 아주 의미 있는 변화를 예고하는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들고 왔습니다. 이번 딥다이브에서 우리가 짚어볼 내용이죠.
네,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핵심 자료는 건축공간연구원, 즉 AURI에서 발행한 2025년 일반연구보고서입니다. <통합돌봄사업의 주거지원 현황과 개선방안 연구> 그리고 부재가 케어안심주택을 중심으로 인데요.
제목이 조금 길긴 하네요.
네, 좀 길죠. 그런데 이 안에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이야기가 아니라 초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주거복지의 최전선에서 어떤 조용하고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아주 상세하게 담겨있습니다.
맞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우리의 이 깊이 있는 탐구 미션은 아주 명확합니다. 어르신들이 낯선 시설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계속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케어안심주택이란 과연 무엇인지 파헤쳐볼 텐데요.
네네.
특히 초기 계획과 실제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느끼는 수요 사이에는 어떤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자연스러운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그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보겠습니다.
우리가 나이 듦을 대하는 사회적 철학이 실제 물리적인 공간과 서비스로 어떻게 융합되는지 뜯어보는 과정이 될 겁니다. 과거에는 돌봄이 필요하면 병원이나 요양시설 안으로 사람이 직접 들어가야만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거든요.
아,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이 필수였던 거네요.
그렇죠. 공간 이동이 돌봄의 전제 조건이었던 셈이죠.
자, 그럼 이 내용부터 하나씩 짚어보죠. 먼저 이 케어안심주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이렇게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게 된 걸까요? 기존 시스템도 나름대로 우리 사회에서 오래 작동해 오지 않았나요?
어, 기존 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건 확실히 맞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복지정책의 핵심 흐름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거든요. 학술적인 용어로는 Aging in Place라고 부르는데요.
Aging in Place, 지역사회 내 지속 거주를 말하는 거죠?
네, 맞습니다. 인구 구조가 초고령 사회로 급격히 진입하면서 기존의 가족 중심 돌봄이나 대규모 시설 입소 방식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거죠. 그래서 익숙한 지역사회 안에서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등장한 겁니다.
아, 그 중심에 바로 케어안심주택이 있는 거군요?
네, 정확합니다.
음, 설명을 듣다 보니 약간 이런 비유가 떠오르네요. 이건 마치 오래된 스마트폰이 느려졌다고 해서 낯선 새 폰을 사는 게 아니라 기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만 최신으로 부드럽게 업그레이드해서 계속 쓰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오, 아주 적절한 비유네요.
네, 어르신들의 생활 반경이나 심리적 안정감을 통째로 바꾸는 게 아니라 살고 있는 환경 자체를 돌봄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거잖아요.
맞아요. 익숙한 인터페이스는 그대로 두면서 그 안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혁신하는 원리죠. 케어안심주택은 단순히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물리적인 집을 넘어서서 주거 공간 자체에 건강관리나 방문 목욕, 식사 배달 같은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겁니다.
아, 공간과 복지 서비스가 하나로 묶인 형태군요. 여기서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 나옵니다. 제가 AURI 보고서 통계를 보면서 아주 의미 있는 간극을 하나 발견했거든요.
어떤 부분이죠?
애초에 이 정책이 현장에 도입될 때 상당히 많은 비중이 이른바 중간 집 형태로 기획되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병원에서 퇴원한 후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아주 잠깐 머무는 단기 거주 목적이었다는 건데, 실제 입주자들의 92.2%가 남은 여생 동안 계속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더라고요.
네, 수치가 아주 압도적이죠.
네, 3개월이나 1년 이내 단기 거주 희망은 합쳐서 4%도 채 안 되고요. 잠깐만요. 애초에 정책 기획자들은 왜 이걸 장기 거주가 아닌 잠깐 거쳐 가는 것으로 생각했던 걸까요?
그 부분은 정책의 초기 목표랑 현장의 실제 필요가 만나는 지점을 잘 보여주는데요. 정부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한정된 자원으로 정책 효과를 넓게 가져가야 하잖아요.
아, 예산이나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렇죠. 특히 병원 병상 회전율 문제나 불필요한 장기 입원 문제를 해결하는 게 큰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병원 치료가 끝난 어르신들이 집으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도록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로 단기 거주 모델을 먼저 구상했던 거죠.
그러니까 정부 입장에서는 자원순환을 위해서 회복 후 퇴소라는 사이클을 염두에 두었던 거군요.
네, 맞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보게 하려는 구조적인 판단이었죠.
그런데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막상 들어와 보니까 너무 좋은 겁니다. 문턱도 없어서 걷기 편하고 화장실에 안전 손잡이도 있고, 또 복지사분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와서 안부도 물어봐 주시니까요. 굳이 예전의 불편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신 게 당연한 것 같아요.
그렇습니다. 이게 바로 초기 기획과 실제 수요 사이의 의미 있는 차이가 발생한 지점인데요. 현장에서 안정적인 주거 공간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잘 보여주죠.
네네.
정책이 현장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진화해야 할 방향성을 수요자들이 직접 알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징검다리 역할이었던 공간이 사실은 훌륭한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거죠.
그렇군요. 그런데 보고서를 읽다 보니까 용어 하나가 조금 헷갈리더라고요.
네, 어떤 용어인가요?
지원주택이라는 말이 나오고,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케어안심주택이 나오는데, 이름만 들어서는 둘 다 취약한 분들에게 집을 제공하는 것 같아서 비슷해 보이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두 개념 모두 주거와 서비스를 결합한다는 큰 틀은 같습니다. 하지만 타겟 대상과 궁극적인 목표에서 좀 차이가 있는데요. 먼저 지원주택은 기본적으로 탈시설화와 자립에 방점을 듭니다.
자립이요?
네, 주로 정신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이나 노숙인, 발달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거든요. 이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입니다.
아, 지원주택은 사회로 힘차게 걸어 나가기 위한 베이스캠프 같은 느낌이군요. 그럼 케어안심주택은 어떻게 다른가요?
반면에 케어안심주택은 주 대상이 고령자입니다. 노화라는 건 필연적으로 신체기능 저하를 동반하잖아요.
그렇죠. 누군가의 도움이 계속 필요해지죠.
맞습니다. 그래서 독립적인 사회 진출보다는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 변화에 맞춰서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끊임없이 연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노화 과정을 편안하게 수용하도록 돕는 모델인 거죠.
듣고 보니 확실히 결이 다르네요. 케어안심주택은 나의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나를 안전하게 품어주는 포근한 요새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주자분들이 평생 거주를 원하시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네요.
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유연하게 성숙해 가는 과정이죠.
AURI 보고서에서도 이런 현실을 반영해서 단기 거주랑 장기 거주를 융합한 절충형 모델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하더라고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좀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요. 전국 각지에서 90%가 넘는 입주자들이 장기 거주를 원한다면 이 막대한 수요를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감당하고 조성해 나가야 할까요? 빈 땅을 찾아서 계속 새 건물을 지을 수만은 없으니까요.
제 말이 그겁니다. 수만 명의 어르신들이 살 집을 하루아침에 뚝딱 지어낼 수는 없잖아요. 보고서를 보니까 아예 새로 짓는 신규 건설형은 전체의 약 40% 정도더라고요. 그럼, 나머지 60%는 기존 주택을 활용한다는 건데.
네네.
잠깐만요. 기존 주택이라고 하면 흔히 도심에 있는 오래된 다가구 주택이나 옛날 빌라들 아닌가요? 한국 옛날 건물들은 계단도 가파르고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거길 고령자용으로 바꾼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주 예리한 지적이십니다. 실제로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아요. 나머지 60%를 차지하는 방식이 바로 LH, 즉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기존 다가구 주택을 매입해서 리모델링하거나, 영구임대 주택 빈집을 수리하는 매입전세임대 활용형입니다.
아 LH가 주도해서 리모델링을 하는군요.
그렇죠.
그런데 이 과정이 단순히 공사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하드웨어인 집이 준비되면 그 안에서 복지 서비스가 돌아가야 할 텐데 이 운영은 누가 어떻게 맡고 있나요?
공간 조정만큼 중요한 게 운영 시스템인데요. 여기서 아주 상세한 삼각 협력 구조가 등장합니다. 물리적인 하드웨어인 주택 공급은 주로 LH 같은 공기업이 담당하고요.
네. 하드웨어는 공기업.
그리고 전체적인 기획과 예산 지원 같은 운영 체계는 지자체가 맡습니다.
지자체가 운영 체계를 맡고요.
네. 마지막으로 그 공간 안에서 어르신들에게 도시락 배달하고 건강 체크하는 실질적인 소프트웨어, 즉 돌봄 서비스는 지역종합사회복지관 같은 민간 복지기관이 현장에서 수행합니다.
아, 그러니까 하드웨어 운영체제 그리고 그 안에서 돌아가는 앱을 서로 다른 주체들이 담당하고 있는 거네요?
그렇죠.
마치 하드웨어는 A회사가 운영체제는 B회사가 만들어서 하나로 합치는 꼴인데 서로 다른 세 기관이 협력하려면 당연히 현장에서는 호흡을 맞추기 위한 조율 과정이 꽤 많이 필요하겠어요. 초반에는 당연히 삐걱거리는 성장통도 발생할 테고요.
맞습니다. 각자의 전문성이 명확한 만큼 현장 실무자들은 아주 값진 성장통을 겪고 있습니다. 보고서가 짚고 있는 현실적인 과제 중 하나도 바로 이 조율의 어려움인데요. 현재 상당수의 지자체에서 돌봄 전담 인력이 고작 한두 명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와, 한두 명이요?
네. 이 소수의 인력이 주택 물량 확보부터 예산 기획, 복지기관 연계까지 방대한 업무를 소화하고 있죠. 현장 실무자들의 헌신에 크게 기대어 굴러가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혼자서 개발자, 기획자, CS 담당자 역할까지 다 하는 거군요. 업무 과부하가 상당할 텐데 이 제도가 실무자들의 희생에만 의존해서는 오래가기 힘들잖아요. 보고서를 보면 돌봄통합지원법이라는 단어가 꽤 중요하게 등장하던데, 이 법이 시행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건가요?
이 법의 본격적인 시행은 제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겁니다. 그동안은 각 지자체가 산발적인 시범 사업 형태로 운영했다면 이제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탄탄해지는 거거든요.
법적 근거가 생기면 예산도 안정적이게 되겠네요?
그렇죠. 예산 편성이 안정화되고, 무엇보다 지자체 내에 전문성을 갖춘 주거지원 전담부서를 공식적으로 신설할 동력이 생깁니다. 한두 명이 고군분투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지는 거죠.
뼈대가 세워지고 스태프들이 확충되는 거군요. 제도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도약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주로 LH 공공임대 물량에 의존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더 다양한 공간이 활용되면 좋겠어요.
네, 그 방향 역시 보고서가 강력하게 제언하는 바입니다. 특정 공기업 자원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민간의 다양한 자원을 안아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지역의 자활기업이나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유지보수를 전담할 수도 있고요.
오, 지역사회 참여가 늘어나는군요.
네, 더 나아가서는 특정 건물을 넘어서서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마을 단위의 거점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모색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생태계를 건강하게 활성화하는 밑거름이 되는 거죠.
자, 그럼 이 모든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오늘 우리가 깊이 탐구한 케어안심주택은 단순히 어르신들을 위해 새 건물을 짓는 물리적인 부동산 정책이 아니네요. 이것은 우리가 나이 들어가는 방식을 존중하고 차가운 병원 복도 대신 내 집 안으로 돌봄의 온기를 초대하는 아주 의미 있고 긍정적인 정책적 진화의 과정입니다.
맞습니다. 요양원이라는 단절된 공간으로 향하던 시선을 거두고 내가 오랜 시간 살아온 동네로 삶의 중심을 다시 가져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존엄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그게 이 통합돌봄 체계가 추구하는 가장 본질적인 목표일 겁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저희가 나누는 이 이야기는 결코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매일 조금씩 나이가 들고 있고 언젠가 우리 자신이 겪게 될 일상이니까요. 이 변화의 흐름이 결국 우리가 미래에 살아갈 거주지를 설계하는 밑그림이 될 겁니다.
네, 현장의 실제 수요와 정책 기획 사이에 존재했던 자연스러운 간극들이 앞으로 어떤 탄탄한 제도로 보완되어 갈지 계속 지켜보고 응원하는 것도 우리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겁니다.
오늘 이 딥다이브를 마무리하면서 여러분께 작고 흥미로운 상상 하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만약 가까운 미래에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 자체가 알아서 나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 주고 필요한 순간에 맞춰 돌봄 서비스가 알아서 문을 두드리는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면 어떨까요?
오, 정말 상상만 해도 든든하네요.
미래 사회에서 우리가 부르는 집과 병원의 경계선은 어디쯤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까요? 오늘 여러분이 주무시는 바로 그 집이 훗날 가장 따뜻한 안식처이자 요새가 되기를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