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만약 누군가의 건강을 진단해야 하는데 키하고 몸무게만 딱 재고 가장 중요한 근육량이나 기초체력은 전혀 측정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겉보기에는 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여도 실제로는 아주 조금만 뛰어도 금방 지치는 그런 상태일 수 있겠죠.
그렇죠.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공간, 이 도시나 지역의 건강을 진단할 때도 약간 이와 비슷한 접근이 주로 이루어져 왔거든요.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그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수치 너머에 있는 이 도시의 진정한 근육량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의 가치를 파악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네, 오늘 다룰 자료는 건축공간연구원 AURI에서 발행한 2025년 일반연구보고서인데요. 제목이 <건축행정데이터 기반 지역단위 건축물 경제적 가치 분석방법 개발 연구>입니다.
제목이 꽤 길고 전문적인데요.
하하, 조금 그렇죠. 쉽게 풀어서 말씀드리면 오늘 우리의 미션은 단순히 건물 한 채가 얼마에 거래되는지를 넘어서 수많은 건물이 모여서 형성하는 이 지역 전체의 축적된 자산 가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장착하는 겁니다.
사실 우리가 어떤 동네의 가치, 부동산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땅값이나? 음,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 거래 가격이잖아요.
네, 맞습니다. 평당 얼마인지 최근 실거래가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우리한테 가장 익숙한 기준이니까요.
그런데 이 자료가 던지는 화두는 개별 가격표에 집중하는 대신에 그 지역 안에 사람들이 먹고 자고 일하는 이 건축물이라는 자산이 총체적으로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제안하는 거잖아요. 그 부분이 참 흥미로운데요.
네, 정확합니다. 보통 기존 정책에서 지역을 진단한다고 하면 주로 인구 변화를 보거나 방금 말씀하신 토지의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었죠. 인구수나 아니면 전체 건축물의 단순한 연면적, 공시지가 같은 토지 중심의 가격 지표들을 주로 참고했었습니다.
그러면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지금의 이 복잡한 도시 구조나 지역의 진짜 모습을 진단하는데 좀 아쉬움이 있었던 건가요?
진단할 수 있는 영역에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런 수치들이 지역의 전반적인 규모나 토지 가치를 가늠하는 데는 아주 유용하죠.
네네.
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입체적인 공간, 즉 이 건축물 자체가 시간이 흐르면서 물리적으로 가치를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혹은 감가상각이 일어나서 얼마나 질적으로 변했는지를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했거든요.
잠깐만요. 건축물의 전체 면적을 합친 통계가 있다면 대략적인 규모나 자산 가치도 유추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면적이 넓으면 당연히 자산 가치도 클 텐데요.
아, 면적이라는 양적인 지표만으로는 질적인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서 A지역과 B지역의 건축물 연면적이 완전히 똑같다고 한번 가정해 보겠습니다.
네, 겉보기에는 두 지역 규모가 같아 보이겠죠.
하지만 A지역은 지어진 지 한 5년 된 새 건물들이 모여 있고, B지역은 40년 된 낡은 건물들이 대부분이라면 어떨까요?
아하, 면적은 똑같아도 건물의 상태나 남은 수명은 완전히 다르겠네요.
네, 바로 그겁니다. 건물의 연식이나 구조, 쓰임새에 따라서 실제 그 지역에 누적된 자산 가치는 엄청난 차이가 나거든요. 그런데 단순 면적이나 인구수만 보면 이런 실질적인 격차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아, 듣고 보니 그러네요.
특정 지역이 정체되어 있을 때 이게 단순히 건물이 부족해서인지 너무 낡아서인지 아니면 시장 수요가 없어서인지 기존 지표만으로는 명확히 짚어내기 어려웠던 거죠.
원인을 정확히 모르면 어디에 어떤 처방을 내려야 할지 막막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공공예산을 들여서 지원할 때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겠어요.
맞습니다. 그래서 이 보고서가 건축물의 경제적 가치 분석 방법을 새롭게 개발하려고 한 겁니다. 자, 그럼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보겠습니다. 이 자료의 핵심 질문이 ‘이 건물 한 채가 얼마인가.’에서 ‘이 지역의 어떤 건물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로 완전히 바뀌었거든요.
아, 그게 가치의 재정의군요. 그런데 가치를 측정하려면 결국 숫자로 환산해야 할 텐데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아니라면 대체 어떤 기준으로 계산하는 건가요?
여기서는 건축물의 경제적 가치를 시장 교환 가격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조세나 재정, 도시재생 같은 공공정책과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정책 변수로 재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바로 건축행정데이터입니다.
건축행정데이터라면 우리가 건물 등기부 등본이나 건축물대장 뗄 때 보는 그 정보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서류들이 개별 건물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전국에 약 729만 동에 달하는 건축물 정보가 디지털화되고 개방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와, 729만 동이요? 그 정도 규모면 읍면동 단위로 어떤 건물들이 밀집해 있는지 전국 단위로 쫙 펼쳐놓고 비교하는 게 가능해졌겠네요.
그렇죠. 각 건물의 정확한 위치, 층수, 용도, 철근 콘크리트인지 목조인지 같은 구조 정보부터 지어진 날짜까지 방대한 속성들이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묶인 겁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다루다 보면 늘 맹점이 있잖아요. 사람이 수십 년 동안 입력해 온 행정 서류인데 그 방대한 데이터가 전부 칼같이 정확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예리한 지적입니다. 사실 이 데이터를 분석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첫 관문이 바로 데이터 정제 작업이었습니다. 수기로 입력되거나 시스템이 바뀌면서 누적된 오류들이 꽤 있었거든요.
아, 마치 은행에서 직원이 실수로 입금액에 0을 몇 개 더 붙이면 전체 장부가 엉망이 되는 것처럼요. 구체적으로 어떤 오류들이 있었나요?
예를 들면 층별 면적이 아파트 전체의 대지 면적보다 훨씬 크게 입력된 경우도 있었고요. 지어진 날짜, 즉 사용 승인일이 현재 연도를 한창 지나쳐서 미래의 날짜로 기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하, 결측치나 그런 극단적인 오류 값들을 꼼꼼하게 걸러내서 전체 지도를 그리기 위한 깨끗한 도화지를 먼저 만들었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이렇게 정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고서가 구체적인 가치 산정 방법론을 제시하는데요. 여기서 정말 흥미로운 점은 가치를 평가할 때 하나의 잣대만 쓰지 않고 이중구조를 채택했다는 겁니다.
네, 그 부분이 저도 눈에 띄더라고요. 재조달원가랑 실거래가, 이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한다고 나오는데 사실 실거래가는 우리가 익히 아는 시장 가격이잖아요. 그런데 재조달원가는 조금 생소합니다. 굳이 이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 두 가지 접근법이 함께 쓰여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게 핵심인데요. 우선 재조달원가라는 건 어떤 건축물을 현재 상태 그대로 지금 당장 다시 짓는다고 가정할 때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음, 다시 짓는 비용이요? 잠깐, 그런데 아무리 새로 짓는데 10억이 드는 건물이라고 해도 만약에 인구가 줄어드는 외곽지역에 있다면 시장에서는 5억에도 안 팔릴 수 있잖아요?
그렇죠.
시장에서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데 굳이 물리적으로 다시 짓는 비용을 계산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바로 그 지점이 시장 가격만 봤을 때 빠질 수 있는 함정입니다. 시장 가격만 본다면 가치가 낮게 평가되거나 아예 거래가 없어서 0원처럼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거래가 뜸한 소도시 주택이나 사고 팔 이유가 없는 학교, 공공기관 같은 건물들도 지역사회 내에서는 분명히 기능을 수행하는 물리적 자산이거든요.
아, 이해가 됩니다. 부동산 시장이 활발하지 않다고 해서 그곳에 있는 도서관이나 병원의 물리적 실체가 없는 건 아니니까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시장 거래라는 필터를 거치기 전에 그 지역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인프라의 기초체력을 파악하려면 재조달원가가 꼭 필요합니다. 반면에 실거래가는 사람들의 실제로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즉 시장 수여를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지표고요.
아하, 똑같은 면적이라도 중심지냐 외곽이냐에 따라 실거래가는 달라질 테니까요.
정리하자면 재조달원가로 눈에 보이는 자산 총량을 파악하고 실거래가로 시장 흐름을 본다. 이 두 가지를 병행해야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하겠네요.
네, 단일 지표가 가질 수 있는 왜곡을 줄여주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방대한 행정 데이터를 활용해서 가치를 관리하려는 시도가 비단 우리나라만의 고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자료에 등장하는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걸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요?
전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여러 국가들이 이 건축물 가치 산정을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국가와 도시 경영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일본의 도시 개정 제도가 아주 대표적이죠.
도시 개정이요? 기업들이 작성하는 회계 장부 같은 건가요?
네, 개념이 아주 맞닿아 있습니다. 공공과 민간의 고정 자산을 통계로 확보해서 지역 전체에 대차대조표를 그리는 제도거든요. 단순히 예산을 얼마 썼는지가 아니라 이 도시의 자산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고 감가상각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를 관리하는 겁니다.
오, 도시 하나를 거대한 주식회사로 보고 재무재표 보듯이 자산을 관리한다는 거군요. 미국이나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미국도 국가 개정 체계 안에서 건축물을 고정 자산으로 분류해서 매년 감가상각을 적용해 순가치를 추적하고 있고요. 영국은 또 여러 기관이 협력해서 다양한 기준의 주택가격지수를 생산해서 거시적인 경제정책 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쭉 들어보니 해외 사례들도 세금을 매기는 차원을 넘어서 가치 변화를 추적하는 일 자체가 국가 정책의 필수적인 나침반이 되고 있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런 정교한 분석이 결국 우리의 지역사회나 정책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부분을 큰 그림과 연결해 본다면 앞서 말씀드린 재조달원가와 실거래가의 이중구조가 공공개입의 방향을 정해주는 명확한 신호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아, 명확한 신호라면 약간 지역 건강진단서 같은 거네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요?
예를 들어 물리적 비용인 재조달원가보다 시장의 실거래가가 구조적으로 낮게 형성된 지역이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 말은 민간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자본을 투입해서 건물을 짓거나 고칠 유인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하, 들인 돈만큼 시장에서 회수를 못하니까 굳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겠네요.
네, 바로 그겁니다. 이런 곳이야말로 정부나 지자체의 도시재생 예산이 우선적으로 투입되어야 하는 지역인 거죠. 공공의 마중물이 없으면 자연적인 회복이 어렵다는 걸 데이터가 객관적으로 증명해 주니까요.
반대로 실거래가가 재조달원가보다 훌쩍 높게 형성된 곳이라면 어떨까요?
그런 곳은 수익이 나기 때문에 민간에서 알아서 투자를 하려고 하겠죠. 굳이 대규모 공공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불필요한 규제를 정비해서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전략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아, 한정된 국가 예산을 어느 곳에 배분할지 결정할 때 아주 객관적이고 탄탄한 논리적 근거가 되겠군요.
네, 맞습니다. 흩어져 있던 방대한 행정데이터들을 잘 엮어내면 지역사회의 자산 총액을 읽어낼 수 있고, 이게 앞으로의 공간 정책의 아주 든든한 뼈대가 되어줄 겁니다.
네, 오늘 살펴본 <건축행정데이터 기반 지역단위 건축물 경제적 가치 분석방법 개발 연구> 자료를 통해서 개별 건물의 단편적인 가격을 넘어 지역에 축적된 자산의 총량을 파악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네, 앞으로 다양한 행정데이터가 융합되면 우리가 도시를 이해하는 해상도가 훨씬 높아질 거라고 기대합니다.
오늘 우리는 물리적인 건축물이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는데요. 여러분 만약, 원격근무와 가상공간에서의 활동이 점점 더 늘어나는 미래가 온다면 어떨까요?
음, 흥미로운 상상이네요.
물리적인 건축물에 머무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다면 그때 우리 동네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표에는 또 어떤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되어야 할까요? 이 질문을 여러분 스스로 한번 고민해 보시길 바라면서 오늘 저희가 준비한 깊은 탐구는 여기서 모두 마무리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