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발간물

국내외 사례를 통해 본 현충시설의 가치 향상 전략과 시사점

  • No.253
  • 작성일 2022.08.22
  • 조회수 30814
  • 손은신 부연구위원

* 이 글은 이상민 외.(2022). 현충시설의 가치 향상을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 방향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중 일부 내용을 정리하여 작성함

 

보훈정책에서 현충시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유공자의 공훈과 보훈의 가치를 일반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다.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전담조직의 운영 및 지원, 공간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 그리고 일상 공간과 연계 방안을 모색하여 국민들에게 보훈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선양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현충시설은 나라사랑 정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단순 시설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전승하는 시설이자 공적 기념·추모가 일어나는 물리적 기반으로서 보훈문화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현충시설의 개념과 의미

현충시설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유공자 또는 이들의 공훈과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애국심을 기르는 데 가치가 있어 국가보훈처장이 지정하는 시설이다. 2002년 1월 현충시설의 지정·관리·건립 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국내 현충시설은 총 2,259개소(2021년 기준, 해외 현충시설 1,386개소)에 이르고 있다.

현충시설은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현충시설의 지정·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독립운동 관련 시설과 국가수호 관련 시설로 구분된다. 한편 현충시설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여, 공원이나 사적지와 같은 오픈스페이스부터 기념관이나 사당·생가 등의 건축물, 규모가 작은 비석·조형물·상징물·탑 등 개별 시설물까지 포괄한다.

현충시설은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의 의미를 기억하며,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이를 계승함으로써 보훈문화 형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물리적 기반이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현충시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통한 일상적 보훈문화의 확산을 위하여, 현충시설이 가지는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및 제도 개선방향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충시설의 가치와 기능

현충시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징적 정책인 보훈선양정책을 실현하는 물리적 기반이자,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 수단이다. 현재 보훈정책에서는 사람 중심의 보상·예우·복지 정책이 주요하나, 앞으로 보훈대상자가 점차 자연 감소함에 따라 정책 실행수단 또한 직접적인 것에서 간접적인 것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보훈선양이 점차 중요해지는 정책기조의 변화 속에서, 향후 현충시설은 정책 실현의 주요한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보훈문화의 물리적 기반이자 실행 수단으로서 현충시설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기능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역사적 사실의 전달’이다. 현충시설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이들의 공훈과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한 공훈선양시설로서, 기본적으로 독립운동 및 국가수호와 관련된 인물이나 사건 등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을 ‘기념 또는 추모’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공훈을 널리 알려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는 ‘공훈선양’을 실현해야 한다.

 

 

현충시설은 역사적 사실의 전달을 통해 기념과 추모를 수행하여 궁극적으로 국민의 나라사랑 정신을 함양하는(공훈선양) 특수 목적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 중점을 두는 문화재·박물관 등 유사 시설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가치의 확장과 실현을 통해, 현충시설은 궁극적으로 보훈문화 형성과 확산의 중요한 수단이자 핵심적 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충시설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하여, 현충시설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 접근성 및 활용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국내외 현충시설 및 기념시설 사례

국내외 현충시설 중 건립·지정·관리·운영 과정에서 새로운 접근방식 또는 기능을 도입하여 현충시설의 고유한 가치를 강화하고 다양한 활용가능성을 실천하고 있는 우수사례를 살펴보았다. 또한 현충시설의 주요한 가치인 추모·기념과 공훈선양의 실현방안을 살펴보기 위해 사례의 범위를 확장하여, 역사적 참사 또는 재난의 피해자를 추모·기념하는 시설을 함께 조사하였다.

• 독립기념관

국내 대표적 기념관인 독립기념관은 1987년 설립된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내 독립운동 관련 기념관 운영을 총괄 지원하는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2011년부터 전국 기념관이 모여 각 시설별 전시·교육 등의 운영 현황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전국 현충시설 체험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전국 기념관 안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전국 기념관 소장자료 온라인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계획 등 국내 기념관 교육협력망 사업을 주관한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 평가 지표를 개발하여 배포하거나, 전국 기념관에 순회 전시가 가능한 전시물을 대여하는 등 중·소규모 기념관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독립기념관 교육부, 2022).

• 서대문 독립공원

서대문 독립공원은 도시공원으로, 공원 내 현충시설 군집화를 통하여 성역 공간을 형성하고 공원 정비를 통해 현충시설을 일상 공간과 연계한 사례다. 서대문 독립공원 내 현충시설로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기념관), 3.1독립선언기념탑(탑), 순국선열추념탑(탑), 독립관(사당), 송재 서재필 선생상(동상)이 있으며, 또한 서대문형무소와 독립문, 영은문주초는 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2007년 공원 리모델링 당시 공원과 형무소로 구분되어 있던 공간을 연계하여, 공원과 역사가 단순히 병치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경관으로 이어지도록 보행환경과 경관의 지속성을 확보함으로써 현충시설-문화재-일상 공간 간 연계성과 접근성을 강화한 사례이다(재단법인 아름지기, 2007).

 

 

• 순천만 현충정원

2018년 순천만 국가정원에 조성된 현충정원은, 기존 접근성이 떨어진 죽도봉 공원에 위치하여 보훈단체의 설치 이전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었던 현충탑을 이전하면서 정원 형태로 새롭게 조성한 사례이다. 순천시 현충정원은 장소 이전을 통해 접근성을 개선하고, 순천만 국가정원 관람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방문객들이 현충정원의 가치와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엄숙하고 경건한 보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숙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치미술가의 주도 하에 순천시민 6만 5,000명이 참여한 시민참여형 예술조형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앤더슨빌 국립사적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앤더슨빌 국립사적지는 1864년 건립되어 200여 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국립묘지이자 사적지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군이 북군 포로 수용을 위한 방벽을 세운 것이 시작으로, 이후 포로·전쟁 사망군인·제대군인의 안장을 위한 국립묘지가 조성되었다. 이외에도 군사감옥 부지(사적지), 국립 전쟁포로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시민들의 참여와 체험을 중심으로 하는 기념행사를 연례화하여 개최하고 있다. 또한 조지아주 내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주요 사적지 10개를 연계하여 운영하는 ‘조지아주 제2차 세계대전 문화유산 트레일코스’의 주요 문화유산 중 하나로,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역사유산으로서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 베트남 참전용사 메모리얼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에 위치한 베트남 참전용사 메모리얼은 1975년 베트남전쟁 종료 후 참전 미국 군인들의 봉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이들의 치유와 돌봄을 위한 기념공간으로 1982년 건립되었다. 이 메모리얼은 미국 국민들이 기념비 조성 성금을 모았던 것처럼 설계공모에도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당시에는 일반적이지 않았던 일반인 공개 설계공모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당시 21세 예일대 학생이었던 마야 린(Maya Lin)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 이 기념비는 기존의 동상 또는 수직적 조형물과 달리 V자형의 기념벽 형식으로, 수평적 체험 공간 중심의 새로운 기념조형물 선례를 형성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Young, 2016, pp.14-17).

 

 

• 망우역사문화공원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일반적으로 망우리 묘지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2000년경 중랑구 공원정비계획에 따라 산책로와 자연관찰로가 조성되어 주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최근 장소의 인문학적 역사성을 고려하여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와 근현대 저명인사의 묘역이 다수 위치하고 있어, 지속적인 조사와 발굴을 통해 주요 묘역을 등록문화재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중랑구 내 역사탐방코스와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야 놀자’, ‘영원한 기억봉사단’ 등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민들이 직접 돌보는 공원으로서 묘역의 가치를 높이고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9.11 메모리얼

미국 뉴욕의 9.11 메모리얼은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로 붕괴된 뉴욕 세계무역센터 빌딩 자리에 조성된 추모공간이다. 이 메모리얼은 테러가 발생한 장소에 직접 조성되어, 무너지지 않은 마지막 기둥이나 살아남은 나무, 파손된 소방차 등 테러 당시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장소성에 기반하여 역사적 사실을 전달한다. 또한 9.11 메모리얼은 시민의 자발적 기여와 관심을 기반으로 조직된 비영리단체 세계무역센터메모리얼재단(WTCMF)에 의해 조성 및 관리·운영되고 있다.

• 슈톨퍼슈타인 추모석

마지막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되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된 슈톨퍼슈타인 추모석 프로젝트를 살펴볼 수 있다.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이란 독일어로 ‘걸려 넘어지다(stolpern)’와 돌(stein)’의 합성어로, 국내에는 ‘걸림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가로·세로·높이 각 10cm의 콘크리트석 위에 나치 희생자의 개인사를 간단히 적은 황동판을 부착하여 길바닥의 보도석에 설치하는 작업으로,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추모석에 발이 걸리거나 이를 밟고 다닐 때마다 나치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아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독일의 예술가 귄터 뎀니히(Gunter Demnig)가 지역 청년들과 함께 베를린에 살았던 나치 희생자에 대해 조사하며 시작되었으며, 이후 과거 나치가 점령하였던 유럽 24개국 2,000개 지역에 총 7만 개 추모석 설치로 확장되어 현재 베를린에만 7,600개의 추모석이 설치되어 있다(백종옥, 2018, pp.98-117)

 

 


현충시설의 가치 제고 방안

이 글에서는 주요 현충시설 및 기념·추모시설 사례에서 사회적·역사적·교육적·문화적·지역적·일상적 기능 및 역할 수행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 향상을 실현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국내 현충시설 가치향상을 위한 정책방향의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 번째로 현충시설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문인력 및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많은 사례에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문화 프로그램 연계, 관광 코스 운영, 공간관리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문인력과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현충시설은 규모와 유형이 다양하므로, 독자적으로 전문인력과 전담조직을 확보하기 어려운 소규모 현충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공공의 전담조직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 현충시설의 예술적·질적 가치 향상을 위한 전문가와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예술가, 건축가, 조경가 등 전문가가 조성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공간의 질적 수준을 확보하고 가치 향상에 기여한 사례를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조성 및 운영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통해, 공공시설로서 현충시설에 대한 국민의 인식 향상과 함께 지속적인 시설의 유지관리 및 이용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향후 현충시설의 기념·추모는 강압적인 방식을 지양하고,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 수립을 통해 공적 기념·추모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훈문화의 확산을 위한 일상 공간과의 연계 방안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보훈정책에서 현충시설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유공자의 공훈 및 보훈의 가치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선양)이다. 사례를 통해 시민들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위치를 옮기거나 접근성을 개선한 시설, 도시 공원 및 보도 등 일상 공간과 연계하여 자연스럽게 현충시설을 방문할 수 있도록 조성한 시설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일상 공간과 연계 방안을 모색하여 국민들에게 보훈의 가치를 알리는 선양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현충시설은 나라사랑 정신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공적 기념·추모가 일어나고 보훈가치를 널리 알리는 물리적 기반으로서 향후 보훈문화 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법률 제18425호.
  • 독립기념관 교육부. (2022). 2021 독립기념관 교육사업 운영보고서.
  • 망우역사공원 홈페이지. https://www.jungnang.go.kr/manguriPark/(검색일: 2022.5.11.)
  • 백종옥. (2018).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서울: 반비.
  • 순천만 국가정원 홈페이지. https://scbay.suncheon.go.kr/garden(검색일: 2022.5.11.)
  • 이상민, 손은신, 송윤정. (2022). 현충시설의 가치향상을 위한 정책 및 제도 개선방향 연구. 건축공간연구원.
  • 재단법인 아름지기. (2007). 서대문형무소 활용방안 연구. 문화관광부.
  • 현충시설의 지정ㆍ관리 등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 제25113호.
  • National Park Service 홈페이지. https://www.nps.gov/media/photo/gallery.htm?pg=6445408&id=65D0AF7A-F5EB-4215-8E55-8917225728FB(검색일: 2022.7.29.)
  • Stolpersteine in Berlin 홈페이지, https://www.stolpersteine-berlin.de/(검색일: 2022.5.19.)
  • Young, James E. (2016). The Stages of Memory. Amherst: University of Massachusetts Press.

 

손은신 부연구위원의 다른 보고서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제공 담당자

담당부서출판·홍보팀연락처044-417-9640

건축공간연구원 네이버 포스트 건축공간연구원 네이버 TV 건축공간연구원 유튜브 건축공간연구원 페이스북